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전집을 다 읽으려고 노력 중이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를 특히 나는 좋아했는데, 그녀의 드라마에 적혔던 대사집을 골랐다.
팬이라고는 하지만 죄송하게도 모든 드라마를 챙겨보지는 못했다.
그래도 내가 본 드라마에서 들었던 대사들은 그 장면을 다시 상기시켰고, 때로는 그 대사가 등장한 앞 뒤 상황을 몰라도 그 자체만으로도 내 심금을 울리곤 했다.
예쁜 글귀들을 내 머릿 속에 저장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감성이 충만해지는 느낌이다.
"화이트아웃 현상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모든 게 하얗게 보이고 원근감이 없어진 상태. 어디가 눈이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세상인지 그 경계를 알 수가 없는 상태. 내가 가는 길이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 갈 수도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화이트아웃 현상이, 그에게도 나에게도 어느 한 날 동시에 찾아왔다.
그렇게 눈앞이 하얘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학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 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이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
그런데 이번엔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때,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들,
그와 헤어진 게 너무도 다행인 몇 가지 이유들이 생각난 건 정말 고마운 일었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 가진데, 그와 헤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들을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더 사랑해서 약자가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약자가 되는 거야. 나는 사랑했으므로 행복하다, 괜찮다.
그게 여유지."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누가 그러더라. 세상에서 가장 폭력적인 말이
'남자답다' '여자답다' '엄마답다' '의사답다' '학생답다'
뭐 이런 말이라고 그냥 다 처음 살아보는 인생이라 서툰건데 그래서 안쓰러운건데 그래서 실수해도 되는건데."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너 세상에 사람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몇 종류가 있는 줄 아나?
세 종류가 있다.
돈 버는 거,
사람 미운 거,
사람 좋아하는 거."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중에서-
"아이에서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이 배신당하고 상처 받는 존재에서 배신을 하고 상처를 주는 존재인 걸 알아채는 것이다."
-그들이 사는 세상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둘이 있어서 마냥 행복한 사람, 사랑하지만 여전히 혼자인 것처럼 외로운 사람,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해 힘들기만 한 사람, 그렇게 사랑에 연연하는 한 우리는 아직 모두 어린아이다. 그 누구에게도 연연하지 않을 때, 우린 아마도 진짜 어른이다."
-굿바이 솔로 중에서-
"세상 사람들 다 날 욕해도 난 내가 이 모양 이 꼴로 산 거 미련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이해해주고 싶다. 나라도 날 이해하지 않으면 너무 안 됐잖아, 내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에서-
"몸도 마음도 힘든 일이 생길 땐 내가 크려나보다, 내가 아직 작아서 크려고 이렇게 아픈가보다 그렇게 생각해"
-꽃보다 아름다워 중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한다. 마치 삶의 의미가 없는 사람은 살아갈 가치도 없는 것처럼. 그래서 누구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결코 믿을 수 없는, 흔해빠질 대로 흔해빠진, 시간 가면 기억도 못할 값어치 없는 사랑에 하나뿐인 제 목숨을 걸기도 하고, 또 누구는 한순간. 물거품처럼 사라질 하찮은 순간의 욕망에 허무하게 제 인생을 전부 걸기도 한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에서-
"나는 그 말만은 해야 했다. 상처뿐인 세상에서 인생 별거 아니라고, 그냥 살아지면 살아지는 게 인생이라고 생각한 나에게, 그래도 너는... 내가 인간답게 살아볼 마지막 이유였는데, 나도 너에게 그럴 수는 없느냐고... 이 허무한 세상, 네가 살아갈 마지막 이유가 나일 수는... 정말 없는 거냐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중에서-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었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서-
"사랑은 책임이야.
적어도 책임지려고 하는 노력이야.
그게 사랑인거야.
책임 없는 사랑은 가벼워서 봄바람에도 날아가 바람 되고, 먼지 돼. 넌 먼지 되고 바람 될 거야. 흔적도 없이 그렇게 될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중에서-
"나한테 사랑은 그런거야.
철저히 그 사람 앞에선 맘 놓고 초라해져도 되는 거.
잘난 척 않고, 의지해도 되는 거."
-괜찮아 사랑이야 중에서-
"세상 사는 가장 큰 힘은 돈도 권력도 명예도 아니야. 긍정적인 생각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좋게좋게 생각하는 버릇을 길러."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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