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글이 마음에 들어서 연달아 그녀의 작품을 골라 읽었다.
"예전 책에 '여기서 행복할 것'이라는 말을 써두었더니
누군가 나에게 일러주었다.
'여기서 행복할 것'의 줄임말이 '여행'이라고"
-여행을 좋아하는 모두가 들으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일 말이다.
여기서 행복하고 싶어서 여행을 한다.
'여기서'는 일상이 될 수도 있고, 낯선 여행지가 될 수도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 스스로가 찾은 방법이 여행이다.
"만약 인생이 한 권의 역사책이라면 아마도 여행은 그 역사책의 가장 전성기에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중략) 이 전성기는 시간 앞에 무릎 꿇지 않는다. 좀처럼 바래지 않고 오래오래 곱씹어진다. 어떤 계절에 꺼내도 생생하게 펄떡이고 있다. 누구 앞에서 꺼내놓더라도 나만의 색깔로 찬란하다. 그러니 모든 여행자는 자신의 역사책에 전성기를 쓰는 사람"
-진짜 아름다운 말인 것 같다. 처음에 여행을 할 때는 내 몸과 마음의 자유를 주고 싶어서라는 동기로 했다. 그리고 첫 여행에 매료되어서, 갖은 이유들을 덧붙이면서 여행을 했다.
나를 찾겠다면서 혼자 가기도 하고,
즐거운 추억을 쌓고자 동반자를 데려가기도 하면서..
그리고 여행에서 만나는 온갖 인연들과 소통하고, 고난을 이겨내면서 나는 한층 성장한 느낌을 가졌다.
나에게 여행은 계단 같은 존재였다. 나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키기도 하고, 가만히 서서 내가 걸어올라온 계단을 돌아보게 하기도 했다.
그래서 여행을 사랑했다.
정확히는 사랑하는 것처럼 했다.
체력과 시간, 돈이 소모되는 일임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계속 했다. 휴식기를 가지긴 했어도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 책에는 예쁜 글귀와 사진이 참 많아서 읽으면서 울컥하던 순간들이 많았다.
(당장 포르투갈로 가는 비행기를 결제해야겠다는 충동이 일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싶은 사람이 떠올랐다.
여행지에서 만나서 나와 여행을 함께 하던 그대에게.
매일을 여행처럼 살게 해준 그대에게.
불과 몇 년 전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비록 내가 내 삶을 선택하며 시작할 수 없었지만, 죽음은 내가 선택하며 끝내고 싶다.'
그래서 한때는 내가 원하던 '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죽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성숙해지면서 이 생각이 얼마나 이기적인 생각인지 알았다.
남아 있는 사람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나의 이 생각은 조금은 발전했다.
'죽을 때가 될 때쯤에' '아름다운 곳에서' 죽고 싶다.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서 죽기를 바라지 않고 싶다.
어쩌면 여행지에서 죽는 것도, 아름다운 휴식을 맞이하는 느낌일 것 같다.
시랑하는 사람과 여행하다가 한날한시에 죽으면 더욱 좋고,
나 혼자 간다면 남아 있는 것을 모두 비워내고 떠나고 싶다.
여행지에서 종종 마주하는 노년의 부부를 보면, '꼭 저렇게 아름답게 늙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언젠가부터 "예쁘다"라는 말보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사랑하게 되었다.
나에게 '아름답다'는 '성숙하고, 예쁘다'라는 의미이다. 내용적으로는 '사랑스럽다'와 같은 칭찬이다.
내게 버킷리스트로 남아 있는 몇 몇의 여행지는
내가 '아름답게' 늙는 과정 속에서 찾아가고 싶다.
아름다운 여행지에 걸맞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서 찾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 여행지를 찾아온 또 다른 '아름다워질' 사람이 나를 보고, '아름답게 늙기'라는 목표를 가져보기를 바란다.
'아름답게 늙기' 위해서 이 모든 순간들을 여행이라고 느끼면서 마음을 '아름답게' 먹으면서 살 것이다.
나는 또 하루하루를 더 열심히, 더 아름답게, 더 멋지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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