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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 끄기의 기술

내가 속한 부서에서 읽는 도서로 이 도서가 채택되었다.
2주 간의 시간 동안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만큼 간결한 도서이다.

중고등학교 때는 문학을 읽으면서 그 속에 담긴 함축적 뜻을 해석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시간에 쫓기는 삶을 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많은 사고 과정을 요구하는 글들을 보면 읽는 것을 보류하거나 포기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고 쉽게 술술 읽히는 글이라서 어렵지는 않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적힌 글들에서부터 현실적인 조언을 해주고 싶어하는 작가의 생각이 드러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법이니까"
"정말 대단한 일에는 겉으로 드러나든 아니든 희생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모든 걸 가지려는 사람, 즉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모두 채우려 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잃지 않는 인생을 살려고 하는 것과 같다"

내 삶의 방향성과 목적을 고민하며 보낸 시간 동안 내가 깨달은 것이 이것이었다.
인생은 잔인한 등가교환이라는 것.
'누가 빨리,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할 수 있는가'
이것이 인생을 현명하게 사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제시하는 신경 끄기의 기술은 3가지 주의사항이 있다.

1. 신경 끄기란 무심함이 아니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심함은 자랑거리가 아니고 나약한 겁쟁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자신을 세상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문제를 가진 특별하고 유별난 존재로 상상한다.

"우리 삶에는 어떤 진리가 숨어 있다. 사실은 신경 끄기 같은 건 없다는 진리 말이다. 우리는 뭔가에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질문이 있다. 무엇에 신경을 써야 하는가?"

"인생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이 아닌, 중요하지 않은 모든 것을 향해 '꺼져'라고 말한다. 진짜로 중요한 것에 쓰기 위한 신경을 따로 남겨 놓는다"

2. 고난에 신경 쓰지 않으려면, 그보다 중요한 무언가에 신경을 쓰라

3. 알게 모르게, 우리는 항상 신경을 쓸 무언가를 선택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기꺼이 신경을 쓸 대상'을 좀 더 꼼꼼히 고르게 된다. 이게 바로 성숙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 자신이 경험하고 고민해서 얻은 결론을 전달해주고 있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부분들 혹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 아주 빠르게 답을 제공해준다.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효율적이다.

자기계발서들의 대부분은 성공한 사람을 모델로 설정해서 그들의 성공 요인들을 따라하도록 한다.
물론 따라하다보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가성비가 좋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가 자기계발서들을 끊었던 이유에 대해서 금방 마주했다.

근대화이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근대화라는 서양이 갖추었던 성공을 위해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서양의 방식들을 답습했다.
덕분에 '한강의 기적'이라는 타이틀도 달았고, 정말 기적이라고 할 만한 발전과 성공도 이루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성공을 이루었지만, 그 성공하는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들이 그대로 남아서 발목을 붙잡는다. 그리고 아무리 성공하고 발전해도 언제나 위에는 '성공'을 먼저 쟁취한 자들이 존재하고 있다. 절대 중심부에는 도달할 수 없다. 언제나 주변부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자기계발서를 읽을 때는 위인전을 보는 것처럼 나에게 맞을만한 방식들만 취사선택해서 버릇을 들이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주 최적화 되어 있다.
이 책의 제목처럼 책의 모든 부분 말고 중요해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을 쓰면서' 읽고, 덜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고' 읽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카테고리에 속하고는 있지만, 자기계발서들이 취하는 방식을 비판한다.
자기계발서의 이단아 같은 존재 같다

그래서 이 책에 종종 하이라이트 되어 있는 문구들은 맘에 와닿는다.
내가 고민하면서 얻었던 진리 내지는 깨달음들이 틀리지만은 않았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것을 고민하고 똑같은 결론에 귀결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그리고 굉장히 솔직하고 사실적으로 말한다.
희망 따위는 없다고.
자신의 방식을 따라한다면 똑같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성공을 하고 싶다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라고 말해준다.
삶은 고통의 연속이고, 문제는 끊임없이 등장한다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신경을 쓸 것인지, 끌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진실은, 내가 뭔가를 원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보상은 원했지만 투쟁은 원하지 않았다. 결과는 원했지만 과정은 원하지 않았다. 투쟁을 미워하고 오직 승리만을 사랑했다."

나는 이 사실을 결혼을 생각하면서 깨달았다. 사랑의 종착역이 결혼인 것에 대해서는 이해하지만, 그 종착역에 도달하기 위해서 겪어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투쟁할 자신이 없었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것이 더더욱 아니기에. 내가 투쟁할 자신이 없는데 상대방에게도 투쟁하지 말자고 할 수 없었고, 혼자 투쟁하라고도 할 수 없었다. 나는 행복한 모습의 결말과 보상만을 바랐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난 뒤 머지 않아서 알았다.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그저 피하면 더 큰 눈덩이가 되어서 내게 돌아온다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나는 결혼을 위한 투쟁을 할 준비는 미처 되지 않았다. 현실의 문제들을 다 이겨내기 위해서는 내가 갖고 있는 대비책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조금 더 대비책을 갖고 난 뒤에 투쟁하고 싶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즐기고 싶은가'가 아니라, '나는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다. 행복으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와 치욕이 널려 있다."

내가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에 대해서는 혼자 했던 여행과 친구들과 했던 여행, 가족과 했던 여행을 하면서 느꼈다.
사랑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에 제일 행복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광경과 분위기와 맛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곳에 서 있다는 그것을 느낄 때 가장 행복했다.
그래서 같이 있어도 더 같이 있고 싶고, 더 맞닿고 싶다고 느끼곤 했던 것 같다.
그 연결성이 좋다.


"자기를 인식하는 일은 양파와 닮아 있다. 여러 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층들을 벗길수록 쌩뚱맞게 눈물 나는 일이 많아진다는 점에서다. 그런 일이 일어나는 건, 내가 제대로 몰랐던 감정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인식의 첫 단계는 자기감정을 이해하는 것이다. 두 번째 층은 우리가 어떤 감정을 '왜' 느끼는지를 묻는 능력이다. 하지만 자기인식 양파에는 더 깊은 층이 있다. 눈물로 가득한 이 세 번째 층은 바로 개인의 가치관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나의 대학 생활은 나의 가치관을 만드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학의 네임 밸류, 학점과 같은 것들은 나의 가치관과 전혀 관련이 없다. 그곳에서 무엇을 듣고 배웠고 느꼈는지가 나의 가치관을 형성해줬다.
물론, 이런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서 대학을 활용한 것은 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들을 이용하고, 강의를 찾아 듣고..

그렇게 형성한 나의 가치관이 나를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또 겪게 될 사회 생활들이 나의 가치관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그 가치관들이 쌓이고 내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내면을 마주하는 시간들을 가지다보면 나라는 사람이 완성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치는 우선순위를 매기는 문제와 관련된다."
나의 가치의 우선순위를 매겼을 때, 가장 첫 번째는 안정감이었다. 안정감은 정서적 안정감과 물질적 안정감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텐데.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안정감을 추구하지만,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 물질적 안정감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우선순위에는 현재 물질적 안정감이 자리 잡고 있다.
나의 우선순위 때문에 상처를 줬던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더 큰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서 먼저 발을 빼기도 했다.
하지만 물질적 안정감을 채우고 나니 정서적 안정감을 채우고 싶어진다. 그래서 안정감이 채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안정감이 채워지고 나면, 다음 순위에 있는 가치가 우선순위로 올라올 것이다.
그때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가늠할 수 없지만, 어렴풋하게 어떤 선택을 할 것 같다는 느낄 수 있다.

"좋은 가치는 1)현실에 바탕을 두고 2)사회에 이로우며 3)직접 통제할 수 있다.
나쁜 가치는 1)미신적이고 2)사회에 해로우며 3)직접 통제할 수 없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5가지 가치. 첫 번째 가치는 강한 책임감이다. 두 번째는 당신의 믿음을 맹신하지 않는 것이다. 세 번째는 실패다. 네 번째는 거절이다. 마지막 가치는 내가 언젠가는 죽는다는 사실을 숙고하는 것이다."

"수많은 작은 실패가 모여 발전을 이룬다. 성공의 크기는 얼마나 많이 실패하느냐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이 뭔가를 당신보다 잘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당신보다 그 일에서 더 많은 실패를 맛봤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의 저자는 어쨌든 개인의 의견을 서술한 것이기 때문에 모든 부분을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수용하면 좋을 만한 말들이 많이 있다. 물론 전달하려는 어조가 딱히 친절하지는 않다.

이 저자의 의견 중에서 내가 해결하고 싶어했었던 부분을 마주할 수 있었다.
"당신의 문제를 다른 사람이 대신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런 건 꿈도 꾸지 말라. 그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당신도 다른 사람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줄 수 없다. 이 또한 상대를 행복하게 만드는 길이 아니다. 불건전한 관계의 특징은 두 사람이 자기만족을 얻기 의해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건전한 관계의 특징은 두 사람이 상대에게 만족감을 주기 의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것이다."

"적절한 경계를 형성한다고 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없는 게 아니다. 연인은 서로 도와야 한다. 하지만 오직 도움을 주고받기를 선택했을 때만 그래야 한다. 의무감이나 허세 때문에 그러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