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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의 원작소설을 바탕으로 한 남한산성 영화를 보고 왔다.

원래 이 블로그에는 내가 읽은 도서의 리뷰만 적으려고 했으나,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것이 많아서 적고자 한다.

김훈의 원작소설을 읽지 않아서 비교를 할 수 없지만 영화를 보면서 소설이 어떻게 적혀있을 지 가늠할 수 있었다.

영화는 1장, 2장 이렇게 대단원을 구분하며 전개한다.
그래서 더 영상화된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다.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인조 조정의 상황을 그리고 있다.
삼전도(지금의 잠실)로 대피한 인조는 남한산성에 의존해 청에 대항한다.

그리고 그런 인조를 둘러싼 핵심 인물.
최명길(이병헌)과 김상헌(김윤석)

최명길은 이조판서로 주화론을 주장한다.
김상헌은 예조판서로 척화론을 주장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둘의 치열한 대립이
스펙타클하고 눈이 화려한 액션 없이도 긴장감을 불러준다.

그리고 둘의 논리적이고 타당한 근거들에
인조처럼 쉽사리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살아서 죽을 것인가
죽어서 살 것인가
과연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인가

나는 영화를 보면서
최명길이나 김상헌이나 사실 같은 이상향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생각했다.
둘이 추구하는 방식이 대척점에 있었을 뿐이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위해서
최명길은 우선 살아서 길을 찾아볼 것을 요구했고
김상헌은 싸워서 행복을 지켜야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결국 외압에 대항하지 못하고 청과 화친을 맺게 된다.

그리고 김상헌은 책임을 느꼈고, 자신과 다른 가치관의 상황이 치닫게 되면서 자신이 고집하던 생각을 바꾼다.

낡은 것을 모두 바꿔야 새 것이 가능했다고.
조정도. 심지어 신하인 자신 조차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조선이 병자호란 당시 청에게 항복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했다면
그 끝이 조선의 멸망이라서 그때 멸망했다면

-한반도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일본 식민지 역사를 갖지 않았을까?
-청의 식민지배를 받았을까?
-어떤 모습의 현재를 남겨뒀을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전개되는 모습들과 그 영향력을 알고 나면
선택을 쉽게 할 수 없다.
선택이 가지는 무게를 알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신중해진다.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인조와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나 혼자 살자고 하는 선택이 아니기에.
내 옆과 밑에 수많은 삶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생각은
애초에 조선이, 대한민국이 굳건하게 자강했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더 성장했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가장 안타까웠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인 특수성으로 어쩔 수 없이 외압을 받아온 상처 많은 역사가 대한민국의 운명임을 알기에.

인류의 역사는 전쟁과 권력의 역사이고
한반도는 그 역사의 격동을 전부 겪어낸 것 같다.


남한산성은 탄탄한 구조로 여러 가치들을 보여준다.
지도자의 덕목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이상과 현실의 괴리
신념과 책임에서의 갈등

​이병헌의 악마의 재능이 얄미웠지만
몰입할 수 밖에 없는 구성에 깊게 빠져들어서 봤다.